마늘밭 by 뭉군




숲길에는 조랑말 크기의 고라니가 먹을 것을 찾으러 마실 나와 있었다. 우리의 인기척에 놀라 도망가는 귀여운 모습에 신이 나서 아버님께 말씀 드리니 '그 쳐죽일 놈'이라고 되받으시는 바람에 괜시리 머쓱해졌다. 일년 내내 땀흘려 일군 콩밭의 콩을 그 쳐죽일 놈들이 싹 먹어치웠다고. #쳐죽일놈

장마가 시작되었다던 한반도는 쨍쨍했다. 해가 하늘 높이 치솟자 그나마 군데군데 드리웠었던 그늘도 조금씩 사라져갔다. 잠시 몸을 풀고 오늘의 공략지 마늘밭으로 향했다. 근사한 오찬을 즐기기 전에 마늘밭 두 고랑을 헤치우는게 목표였다. #기상청기상

허리춤까지 올라온 잡초들이 가득한 밭이었다. 위태롭게 싹을 올려낸 마늘 줄기들은 손목 굵기의 잡풀들에 포위된 상태였다. 아버님은 지난 한 달 동안 신경쓰지 못하신 결과라며 안타까워 하셨다. 마늘을 뽑아내기 전에 이 끈질긴 놈들을 먼저 제거해야 했다. #잡초의운명

잡초는 난초처럼 야리야리한 수준의 이파리들이 아니었다. 굴곡진 인생을 왜 잡초같다고 일컫는지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풀이라고는 하지만 줄기는 지름이 5-6 센티에 이를만큼 우둑했고 그 뿌리는 흙 속에 단디 심지를 두고 있었다. 아버님 표현에 의하면 마늘에게 갈 양분을 중간에서 잡초가 쳐빨아 먹었기 때문이란다. 두 손으로 줄기를 움켜잡고 온몸을 이용해 끌어올리자 주변의 흙이 요동치며 뿌리를 토해낸다. #잡초같은삶

간신히 잡초를 밭에서 몰아내니 낚시의 찌처럼 땅위로 불쑥 솟아오른 마늘줄기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이제 수확의 기쁨만 따먹으면 되는가 싶어 가볍게 잡아올리니 줄기만 툭 끊어지며 정작 흙속의 마늘알은 따라 올라오지 않는다. 수확시기가 조금 늦어 알들이 흙에 박혀버린 탓이란다. 결국 삽질이 필요했다. 한사람은 마늘 주위를 삽으로 열심히 들어내고 다른 사람이 헐거워진 흙에서 마늘줄기와 알을 고스란히 구조했다. 우리의 작업으로 빛을 본 알들은 평소에 접하던 마늘보다 크기가 작았고 이에 아버님은 연신 안타까움을 토로하셨다. 삽질을 하다가 땅속의 멀쩡한 마늘알들을 삽날로 반토막낸 일들은 말씀 안드리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농부의마음

간신히 두고랑을 마치고 세시가 되서야 늦은 점심을 해치웠다. 반나절 동안 몸에서 빠져나간 수분은 알코올로 채워졌고 갑작스런 대낮 음주에 놀란 신체는 나를 침대로 이끌었다. 농부들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리듬을 유지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귀농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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