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연기로 뒤덮인 나라들 by 뭉군



연기는 항상 매케하다. 그래서인지 인간은 항상 연기 앞에서 긴장하는 눈치였다. 연기를 통해 간단한 뜻을 전했던 봉화도 대개 적의 출현이나 전쟁과 같이 긴박한 소식을 전하곤 했는데 이는 연기가 인간에게 내보이는 전형적인 이미지와 일치한다. 몇해 전 연평도가 포격당했을 때 섬에서 피어오른 연기에 진하게 뽀샵질한 그 언론사의 분탕질도 그 전형적인 이미지의 극대화를 노렸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낭만적인 연기란 없다]
 

공기가 바짝 말라버린 요즘 같은 시기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언론을 뒤덮는 연무(Haze) 사진은 그렇게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한다. 온통 희뿌옇게 뒤덮여 항상 보던 풍경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경험은, 그것이 한순간의 마술이 아니라면, 내심 불안한 경험일 수 밖에 없다. 


[사진출처: Shawn Ho]

[사진출처: Shawn Ho]

실제로 동남아에서 발생하는 연무는 사람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올해 발생한 연무의 경우 PSI(Pollutant Standards Index) 수치가 지난 6월 21에 401을 찍었는데, 통상적으로 100-200사이가 건강에 유해하다고 (unhealthy) 일컬어지는 것을 보면 이는 집 바깥으로 나다니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에 다름없다. (물론 실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닐테지만)


[사진출처: The Economist]

엄청난 연기가 이웃한 인도네시아에서 건너오는 탓에 거의 모든 독박을 쓰고 있는 싱가포르의 사람들은 예민한 사자의 콧털처럼 곤두서 있는 모양새다. 물론 개중에는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이들도 많았으니 몇몇 작품을 감상해 보자. 


[사진출처: mrbrown.com]

[사진출처: mrbrown.com]

인도네시아는 지난 2002년 아세안에서 주도한 '국경을 넘는 연무 문제에 대한 협약(Agreement on Transboundary Haze Pollution)'을 비준하지 않은 유일한 회원국이긴 하지만, 연무의 주요 요인인 화전 (Slash and Burn) 농법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니 매년 자국민이 불을 지르며 발생하는 매케함을 아주 막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의지의 차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화전농법은 숲과 같은 곳에 나무를 베고 땅에 불을 지름으로써 땅을 개간하기 위해 행해지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경제적 이득이 큰 팜오일(Palm Oil) 플랜테이션의 경작을 하기 위해 불을 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땅에 불을 놓는 것은 여러가지로 인류와 지구에 독이 되는 일인데, 불이 나무를 비롯한 울창한 숲을 없애는데다 숲의 식생이 불에 타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가스도 자동차 배기가스 못지않게 지구 온난화의 공범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린피스(Greenpeace)는 동남아시아에서 연례행사처럼 터지는 연무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인도네시아 리아우(Riau)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방화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공개했다. 몇 장의 사진을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팜오일 기업의 관심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그린피스의 의도는 그 어떤 성명서보다 강력하게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 있었다. 자욱한 연기가 태양빛을 가려버릴 때, 사람들은 비로소 빛 한줄기가 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할 것이다. 

[사진출처: 그린피스]

이웃 국가들과 각종 환경단체들로부터 온갖 비난에 시달려야 했던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금 불을 지르는 이들이 대부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거대 팜오일 기업이라고 항변한다. 지구화시대에 초국적기업이 활개치는 환경 아래 신음하는 국민국가의 모습을 연출하려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원했던 희생양 이미지와는 달리 나랏일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정부라는 세계인들의 이미지만 굳힌 듯 하다. 당췌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은 인도네시아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좌절감과 이에 대비된 싱가포르 시스템에 대한 관료들의 확신만 심어준 셈이다. 

무책임한 정부와 함께 환경을 말아먹는 방화범으로 지목되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국적의 팜오일 기업들은 변명한다. 대부분의 불은 기업이 소유한 땅 주변의 농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개간하기 위해 불을 질렀고 맹렬한 기세로 번지던 불이 우연히 기업영토에 옮겨붙어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와 같이 토탄(peat) 성분이 가득한 토양에 불이 붙으면 인간이 물 따위로 진화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집어 삼키기는 한다만은 영악한 책임회피가 아닐 수 없다. 

[더 읽기] 

1) 이코노미스트의 Banyan Blog 에 등장한 스모그 문제. Haze가 아니라 Smog라 부르니 더 와닿는 느낌

2) 백번의 성명보다 확실했던 그린피스의 방화지 사진들

3) 아직 웃음을 잃지 않은 일부 싱가포르인들

4) 화전 농법이 무엇인지 친절히 알려주는 BBC

5) 인도네시아 르뽀

2013.7.9 업데이트

6) 이코노미스트 반얀 블로그에 올라온 글. 자신들이 불을 지른 것이 아니라는 기업들의 말은 옳을 지 모르겠다. 대부분 기업들이 주변의 농부들에게 돈을 주고 기업 소유 땅 근처에 불을 지르도록 했다고. 
http://www.economist.com/blogs/banyan/2013/07/fires-sumatra

7) "이코노미스트가 설명해준다" 블로그에 올라온 왜 동남아에서 연무문제는 풀기 힘든 문제일까를 설명하는 글. 
http://www.economist.com/blogs/economist-explains/2013/07/economist-explains-3?fsrc=scn/tw/te/bl/ee/haze


덧글

  • 지니 2013/07/10 00:20 # 삭제 답글

    아빠곰...진짜 이번해 헤이즈는 지난 6년간 통틀어서 가장 지독했던것 같아요...-_- 그와중에도 마스크를 5개나 나눠주며 일나오라는 사장님.....ㅡ.,ㅡ
  • 뭉군 2013/07/14 08:29 #

    안그래도 지니 블로그 보고 쓴 글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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