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신호등 - 소양인의 희망 by 뭉군



오늘 서울의 태양빛이 텁텁하다. 

32초인지 섭씨 32도인지를 남긴 시엠립의 빨간 신호등을 찍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나마 몇그루 없었던 도시의 나무들도 싱가포르에 비해 어찌 그리 여리여리한지 사정없이 들이닥치는 햇빛을 가려내기엔 우스운 수준이었다. 

초조하게 기다리며 찍은 신호등 속 사람은 몸에 열이 많은 한마리 소양인 같아 보였다. 어디 한켠에 몸을 숨기지도 못하고 정자세로 햇빛과 상대하다 벌겋게 익어버린 소양인에 측은한 마음 솟아오를 정도로 무더운 날이었다.


빨간 신호등 속 소양인처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차오르는 이곳 시엠립에서는 차라리 냅다 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근육을 씰룩거리며 달리는 모양새가 간절해 보였다. 제한된 시간안에 열심히 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누가 주입했을까?

그렇게 30여 초를 뛰다가 다시 벌겋게 익은 채 두다리 땅에 붙이고 서있을 운명이라니 이 무슨 깝깝한 쳇바퀴인가 하여 소양인의 눈길을 외면하고 길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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