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하우스 by 뭉군




얼마 전부터 하우스에 사람보다 파리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강남 불패신화가 저무는 것일까 아님 서울 마지막 노른자위라며 대책없이 올린 분양가가 원인이었을까. 여튼간에 사람이 거주하지도 방문하지도 않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난 안살림을 맡고 있다.
 
롯데캐슬 모델 하우스에 만연한 성스러운 침묵을 깨는 것은 식후 아메리카노 한잔을 움켜쥐고 우연히 발길이 닿아 들른 직장인들 뿐이다. 이들의 발걸음은 대부분 성큼성큼 떨어지지만 가만히 살피자면 발끝이 좌우로 떨리고 있다. 떨리는 발끝을 이끄는 것은 불안한 눈빛이다.
 
내부에 시원하게 쓰여있는 "마감"이 "임박"한 제일 작은 모델인 "23평형 6억9천만원"의 문구가 이 가련한 월급쟁이들을 주눅들게 했을 것이다. 이 치들의 상당한 공통점은 흙묻은 신발을 신은 채 집안에 들어선다는 점이다. 입구에 슬리퍼들이 가지런히 놓여있건만, 그리고 리셉션에 있는 알바들이 갈아신으셔야 한다고 그렇게 외쳐도 이미 전시장으로 밀고 들어오는 이들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손쉽게 무너진 저지선 뒤에 버티고 선 것은 나다. 2층 전시장에서 고상해 보이는 원형 뿔테안경을 얹고 앉아 있노라면 올라오는 이들의 값어치를 쉽게 선별할 수 있다.
 
"예약하고 오셨나요?"
 
지극히 일상적인 물음이지만 그냥 들러본 이들의 눈빛은 갈피없이 흔들린다. 대부분의 답은 "이거 예약같은거 해야 하나요?"와 같은 되물음이다. 누구도 솔직하게
 
"내가 이 정도 자금력도 안되는 사람처럼 보이냐"며
 
나에게 발길질하지 않는다. 물론 예약없이도 구경은 가능하다. 이럴 경우 나는 별다른 설명없이 이들 뒤에 그저 조용히 서있으면 된다. 구매의사가 없는 이들에게 입을 털기엔 내가 너무 나태해졌다.
 
짐짓 들어와 살 것마냥 붙박이장부터 확장형 여부까지 다양한 질문을 던지지만 정작 응대하는 나는 왠지 심드렁하다. 이놈의 하우스에 모델처럼 서있는다고 성사되는 계약건마다 내가 인센티브를 들쳐업는 것도 아닌데 뭘. 난 그저 미스테리 쇼퍼처럼 들이닥치는 강남 사모님들만 선별하면 별일없는 것이다.
 
사모님들은 하나같이 챙이 너른 모자를 머리에 얹고 주로 나른한 오후에 출몰한다. 처음에는 이들을 몰라뵈고 부실하게 대접했다가 "이년이 거드름을 어깨에 철심으로 박아놨냐"고 지랄하는 바람에 머리털 좀 날려보낸 이후로는 옷차림으로도 걸러지지 않는 이들을 위해 예약했냐고 묻기 시작했다. 이제 물어보고 딱 삼초만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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