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왈라왈라 by 뭉군



목요일이다. 카이는, 5년 전에도 그랬듯이,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문자를 보내며 왈라왈라에서 하는 라이브 공연을 보러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잠깐 고민하다가 가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음악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예전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고 또 언제 이 친구랑 만나서 놀겠나 싶어서 말이다. 그런 이유 땜에 3주 머무는 동안 거의 열번은 만난 것 같다.

[사진출처: 셜린 페이스북]

우리가 홀란드 빌리지에 모여 살던 그 시절 Shirlyn & The unXpected 가 출연하는 목요일에는 꼭 카이의 제안이 있었다. 아주 시끄러운 음악들을 연주하는 그룹이라는 인상밖에 남지 않았는데 당시에는 솔직히 그냥 시간낭비 같았다.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것이 무언지 몰랐던 게지. 

신분이 바뀌어 여행자로 왈라왈라를 찾으니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음악을 들을 수 있게된 느낌이다. 칼스버그 맥주 한잔(S$12)을 들고 올라가니 공연은 벌써 시작되었다. 익숙한 목소리의 셜린은 특유의 보이시한 목소리로 "웰컴투왈라왈라"를 외친다. 아 얼마만인가.

음악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내 몸에서는 놀라운 화학반응이 일어났다. 손에는 칼스버그가 귀에는 그시절 익숙했던 음악이 그리고 머릿속에는 옛 기억이 차오르자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어쩌면 그간 내가 팝에 익숙해 진 것인지 어깨마저 들썩거린다. 사정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작년 연말에 결혼한 카이는 셜린이 마흔 줄을 바라보고 있을텐데 여전히 이쁘고 깜찍하다고 난리였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변했는데 변함없는 앳된 얼굴로 노래하는 셜린을 보면서 괜한 서글픔에 젖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기분 좋은 호르몬 때문인 것인지, 셜린이 투잡으로 하고 있다는 요가 강사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카이 말대로 믿을 수 없이 젊어 보이는 셜린이었다. 그러한 감탄은 지난 5년새 너무도 빠져버린 카이와 나의 머리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덧글

  • 고냉이래요 2013/05/31 13:45 # 답글

    동시대를 살아가는데 누구는 늙어보이고 누구는 하나도 안 늙어보이면..... 슬픕니다
    (제 얘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흑흑)
  • 뭉군 2013/06/01 23:55 #

    저도 제 나이만큼만 보이면 참 좋겠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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