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원숭이와 함께 춤을 by 뭉군




버스의 출현에도 탄성을 지르는 18개월과 따프롬(Ta Prohm)으로 향한다. 지쳐버린 엄마는 진즉 호텔에 떨궈두고 아빠와의 단둘이 여행이다. 예상치 못하게 호텔에서 엄마만 내리고 문을 턱 닫으니 아들은 오늘 여행의 컨셉을 직감했는지 뒷창문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엄마, 엄마"를 부른다. 다행스럽게도 울음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내 창문 밖 풍경들이 엄마를 잊게 만든 덕분이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아빠는 평정심을 찾으려 각종 노래를 흥얼거린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을 십여 분 거치니 유적지 근처다. 검표원이 나와 창문 너머로 우리를 슬쩍 보더니 엄마는 어디 있냐며 측은한 눈빛을 흘린다. 허허 웃었지만 불안감이 가중된 아빠가 흥얼거리는 멜로디는 점점 빨라진다. 

피곤했던지 도착할 즈음 아들이 잠들어 버렸다. 피곤한 애를 데리고 이게 뭐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잠시 스치지만 일단 내렸다. 흙탕물에 떠있는 오리 가족을 보고 잠에서 깨자마자 흥분하는 아들.

다른 앙코르 유적지와는 약간 달리 이곳은 흙길을 오분 여 걸어야지만 사원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길위를 걷게하면 쭈그리고 앉아 흙장난을 하며 땡볕을 즐길 것이 뻔해 계속 품에 안고 먼지나는 길을 걸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등줄기에 땀이 한줄기 쏟아졌다. 
따프롬은 인도 정부와의 협력으로 복구작업 중이었는데 다른 사원에 비해 복구의 흔적이 얼마 없는 편이었다. 건물의 상당부분이 무너져 있거나 자연과 얽혀 있는 탓에 이곳에서 시간은 잠시 멈춘 듯 했다. 게다가 좀 무섭기까지 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조마조마함 때문에.

두 돌도 안된 아가를 시엠립에 데려간다 하니 다들 미쳤다고 하더만 실제로 가보니 아들 또래의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따프롬에서도 폴란드에서 온 아가와 조우할 수 있었다. 성품이 너그러웠던 폴란드 친구는 아들에게 장난감을 주었고 아들은 그 답례로 흙 묻은 손을 내밀었다. 좋은 조건의 딜이 아닌 것 같아 장난감은 애 엄마에게 돌려주었다.



어떻게든 엄청난 자연의 흔적에 콩알만한 사진 하나라도 박아주고픈 애비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은 뛰댕기기에 바쁘다. 건조한 흙이 먼지를 일으키며 마찰력을 없앤 덕에 연신 미끄러지는 아들. 한때 방임을 육아 모토로 삼았다는 아빠가 걱정스런 얼굴로 사력을 다해 잡으러 다니자 아들은 일종의 '나 잡아봐라' 식의 장난인 줄 알았나 보다. 까르르 웃으면서 돌뿌리를 향해 진격한다. 그래도 수백 년 세월이 고스란히 얹혀져 있는 돌에 미끄러지니 영광이다. 

풍경을 눈에 담기 보다는 휘청거리는 아들래미 뒤꽁무니만 보다가 따프롬을 떠날 시간이 다가올 무렵, 문득 아들과 사진을 찍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내가 접해본 것이나 경험했다고 믿는 것에는 항상 특별한 감정이 남아 있었던 만큼 그걸 아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다. 이 곳에서의 여행이 여간해서 머릿 속엔 남지 않을테고 아무리 깊게 패인 무릎의 상처라도 새 살이 돋으면 사라질 것이니 기억되는 것은 사진속 그을린 얼굴일 것이다. 스무 살이 넘어 그곳을 다시 찾아 가겠노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괜시리 감상에 젖은 옆 모습을 비칠 나를 생각하며 12초 타이머를 맞췄다. 아들아 넌 절대 애기 데리고 거기 가지 말거라.



덧글

  • 들깨 2013/05/14 13:56 # 답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지난 가을 따프롬을 찾았었기에 더 재밌게 읽기도 했고. 스무살이 넘어 어릴때 부모님손잡고 다 가봤다던, 기억이 안나서 인도와 네팔을 다시 가보고 싶다는 친구와 여기 저기 다니기도 했어서 부모의 입장이 또 새롭게 느껴졌어요.


    글이 미괄식이네요.ㅎㅎ 아들아 넌 절대 애기 데리고 거기 가지 말거라.가 주제문장인듯^^
  • 뭉군 2013/05/15 22:22 #

    네 사실은 미괄식 글이에요. 저도 들깨님의 쓰는 여행 잘 읽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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