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출장 by 뭉군



파리 공항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주도하는 바람에 파리행 비행기 출발이 한 시간이나 늦어진다고 했다. 문득 신혼여행때 한 시간 반을 트랜스퍼로 부여받고도 허겁지겁 뛰어들어갔던 악몽이 떠올라 애꿎은 체크인 직원을 붙잡고 트랜스퍼가 확실히 가능한 지를 묻고 또 물었다. 괜찮다는데 믿고 떠날 수 밖에. 

덕분에 인천에서 시간이 여유로워 현대카드 라운지에 들렀다. 아침을 먹었지만 아프리카로 향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꾸역꾸역 먹을 것을 목구멍으로 들이밀었다. 내 몸이 비장함을 인지한 것인지 별다른 저항없이 체내에서 소화시켰다. 웬일인지 에어 프랑스에서 나에게 좌석 업그레이드를 제공해왔다. 비즈니스와 이코노미의 중간 레벨을 제공한다는데 감지덕지한 일이었다. 덕분에 파리까지는 편하게 올 수 있었다. 

파리에서의 트랜스퍼는 운이 좋았다. 터미널도 동일한 곳인 터라 이십분 내에 신속하게 트랜스퍼를 완료할 수 있었다. 앉아서 다음 비행기를 기다릴 틈도 없이 바로 세네갈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제 진짜로 아프리카 대륙으로 향하는 것이다. 거구의 흑형들이 좌석을 채웠고 백인들도 상당수 탑승했다. 앞자리에 앉은 백인 부모와 흑인 딸 가족을 보면서 딸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에 새삼 감동하기도 했다. 아빠는 딸바보인지 연신 딸의 볼에 아밀라아제를 투척했다. 

다카르 공항은 한국의 남부터미널을 연상시켰다. 아니 그보다 더 허름했다. 지문을 눌러대고 카메라에 웃음한번 날리고서야 입국할 수 있었다. 출국장 바깥으로 나오나 인파가 많다. 여기저기서 택시 호객꾼들이 치근덕 거렸지만 우리를 인도한 대사관 현지 직원이 깔끔하게 응대해 주었다. 일부 택시들의 앞유리창엔 꼭 총알 자국처럼 보이는 흔적들이 보였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걸음을 옮겼다. 

그건 그렇고 흑형들은 왜 호객할 때 "my friend" 를 꼭 붙이는지 모를 일이다. 그들의 스피릿인가 보다. 

다카르 공항 라운지에서 우연히 세네갈 전통 씨름경기를 봤다. Lutte 뤼트라는 경기인데 쓰모 복장에 씨름판을 그대로 들여와 하는 경기였다. 낯익고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그럭저럭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호텔 바로 앞에 유명한 독립광장이 있다고 사전 조사를 한 터라 용기를 내어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다가올 독립기념일에는 이곳에서 성대한 행사가 열릴 것이다.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광장 주변은 북적였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반이었고 거리에서 삼삼오오 둘러모여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반이었다. 왠지 모르게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은 내가 몸에 새긴 일종의 편견 때문이었을까. 다리가 약간 후들거렸지만 비상시를 대비해 넣은 (가스총도 아니고) 주머니 속 10달러를 꼭 쥐며 걸음을 재촉했다. 다카르 시티투어 앱에 나온 독립광장은 must see 라고 되있었는데 황량한 이곳에서 무얼 봐야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얼른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중에 맵시있는 흑형 한분이 말을 걸었지만 가볍게 손을 들어 손사래를 치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뭔 말을 내게 한 것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생기가 넘치는 거리를 더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차마 용기를 확장시키지 못하고 호텔방으로 돌아와 커튼을 열고 줌을 이빠이 땡겨서 창문밖 풍경을 관찰한다. 그나마 거리가 보이는 방을 얻은 것과 믿을 수 없이 먼 거리의 줌을 당길 수 있는 디카를 가져온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열심히 찍어댔다. 


업무를 위해 길을 나섰다. 차가 천천히 이동해 거리로 들어서자 거리의 자영업자들이 우리의 차로 몰려든다. 번호판을 보고 누구는 대사님아 제 물건을 사달라고 애처롭게 불러대고 어떤 이는 차창안을 빤히 들여다보며 물건을 차창너머로 말없이 흔든다. 내가 다닌 그 어느 곳보다도 길거리 자영업이 번성한 곳이었다. 그만큼 이들의 수입은 들쭉날쭉할 것이다. 공식 경제활동의 제도권에 잡히지 않는 이들의 움직임은 보험도, 퇴직금도 없이 불안정한 삶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차가 시내를 누비자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3월 출장 당시엔) 현직 대통령이었던 Wade 의 사진들이 곳곳에 나붙어 있고 와데에게 투표하자는 문구 (2012 votez wade)가 골목의 벽들마다 스프레이로 칠해져 있다. 하지만 와데는 절반 이상의 득표를 하지 못해 3월 말 2위 득표자와 결선 투표를 앞두고 있었다.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강력한 반 와데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그의 집권연장의 꿈은 어려워 보였다. 현지 언론과 관계자들은 와데가 재집권하는 유일한 길은 선거결과를 조작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긴 12년을 집권한 후 80대 할아버지가 되었으니 이제 물러날 때도 되었겠다. 


어찌어찌해서 세네갈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에티오피아로 향하기 위해 밤새 날아올라 케냐에서 몇시간을 죽때리다가 아침이 되서야 동쪽 에티오피아에 도착했다. 날씨는 생각보다 선선하다. 일년 내내 더운 싱가포르보단 쌀쌀한 느낌. 점심으로 인젤라라는 현지 음식을 먹었다. 카스테라처럼 부드러운 반죽위에 갖가지 재료들이 얹혀서 나오는데 취향대로 싸먹으면 되는 음식이었다. 커피를 마실 때는 향도 피워주는 것이 약간 아랍 냄새가 난다. 커피는, 에티오피아에 왔다는 생각 때문인지, 맛이 괜찮았다. 돈을 주고 커피를 몇 봉지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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