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형성 by 뭉군



성년기를 맞닥뜨리는 누구에게나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서른이 넘어서도 형성되고 있다는 사람도 많다만.


 

돌아보자면 내 2년간의 군복무는 그런 시간이었다. 2000년 겨울 카투사 합격 발표를 듣고 가끔 이촌역에서 멀찍이 서서 용산기지를 바라보며 저 쾌적한 녹지를 거니는 것이 내가 앞으로 할 일이라고 그야말로 녹색 싱그러운 꿈을 꾸었던 나는 이듬해부터 다가올 군생활이 내 인생의 많은 것을 결정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냥 누구 말대로 영어캠프 갔다 온다는 기분으로 다녀와야지 그랬다. 솔직히 육체적으로 힘들진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어려웠다. 특히나 카투사들을 눈앞에 두고 영어가 안된다느니 하며 욕을 하는 녀석들에게는 내가 엉성하게 쓰고있던 더럽게 딴딴한 전투헬멧으로 한 방 날리고픈 심정이었다. 나와 일했던 한 하사관은 천연덕스럽게 인천공항에 발딛는 순간 토할 지경(nauseating) 이라는 신종 인플루엔자성 발언을 일삼았다. 이런 기억들이 한 올 한 올 내 자아를 형성하고 부아를 치밀게 했다. 이러한 경험의 반대급부로 약간의 내셔널리즘에 좀 찌들긴 했으나 (후임병 하나는 나를 유독 국대전에 흥분하는 선임병이라고 묘사하더라… 내가 2002 월드컵에서 좀 흥분하긴 했다만… 쩝…)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나에게 비슷한 아시아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다. 글쎄 좀 알량한 이유였다. 물론 무시받는 경험을 공유한 사람으로써 연대의식이 생겨난 것은 맞았지만 약자로써 투쟁하기 보다 강자의 입장에서 약자를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달까. 뭐가 되었든 힘든 일이란 것을 요새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최근 포토로그


애드센스1

메모장